일본 경제 신문인 닛케이는 최근 화장품 시장의 변화를 두고 잃어버린 30년의 소비 패턴이 깨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전통적으로 일본 화장품 시장은 시세이도, 가오, 고세 등 3대 자국 기업이 제조부터 도매, 소매까지 꽉 쥐고 있는 철옹성 같은 구조였습니다. 일본 소비자들 역시 쓰던 제품을 계속 쓰는 보수적인 성향이 강해, 해외 브랜드나 신생 브랜드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기로 유명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이 견고한 성벽에 균열을 내고 있는 주체는 다름 아닌 버라이어티 숍입니다. 로프트(Loft), 플라자(Plaza), 앳코스메(@cosme) 등으로 대표되는 이 편집숍들은 특정 브랜드의 카운셀러가 제품을 추천해 주는 백화점 식 판매 방식을 거부합니다. 대신 소비자가 자유롭게 이것저것 테스트해 보고, 브랜드의 국적이나 인지도보다는 오직 제품력과 귀여운 패키지, 그리고 입소문(Kuchikomi)만으로 구매를 결정하는 개방형 플랫폼을 구축했습니다.

이러한 유통 채널의 변화는 4차 한류 붐과 맞물려 폭발적인 시너지를 냈습니다. 과거에는 한국 화장품이 한인 타운인 신오쿠보에 가야만 살 수 있는 마니아들의 전유물이었다면, 이제는 일본 전역의 편의점과 버라이어티 숍의 가장 좋은 매대를 점령하고 있습니다. 일본 언론들은 이를 두고 쁘띠프라(Petit Price, 저가 제품)의 혁명이라 부릅니다. 저렴하지만 품질이 뛰어난 한국 인디 브랜드들이 일본의 젊은 Z세대에게 가성비를 넘어선 가심비를 만족시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면 이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선 유통 권력의 세대교체입니다. 제조사가 유통을 통제하던 시대에서, 소비자의 입소문이 실시간 랭킹으로 반영되어 매대 진열을 바꾸는 소비자 주도형 시장으로 변모한 것입니다. 일본 시장은 이제 충성도(Loyalty)의 시장이 아니라 발견(Discovery)의 시장입니다. 누가 더 오랫동안 사랑받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지금 이 순간 트렌디하냐가 승패를 가르는 치열한 전쟁터로 바뀌었습니다.

와이에스엠경영컨설팅 윤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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